이공계 선호, 여성 취업 어려울 듯
올해 상반기 채용시장이 꽁꽁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종업원 300인 이상 대기업의 상반기 신규 채용계획을 조사한 결과 작년만큼 뽑겠다는 기업은 37개사로 17.9%에 그쳤고, 작년보다 더 뽑겠다는 기업은 12개사로 5.8% 밖에 안 됐다.
'한명도 안 뽑겠다'
반면 아예 한 명도 안 뽑겠다고 응답한 기업도 있었다. 10개(4.8%) 기업이 이렇게 응답했으며, 작년보다 덜 뽑겠다고 대답한 기업은 14개사(6.8%)로 나타났다.
그밖에 64.7%는 이미 3월이 됐는데도 아예 채용계획조차 수립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 가운데 상시종업원 수 300명이 넘는 기업 207곳이 질문에 응답한 결과가 이렇게 나타난 것이다.
신규채용 규모 결정에 영향을 주는 요인(중복응답)으로는 적정 T/O(55.8%), 국내외 업종경기 상황(19.4%), 인건비 총액(15.3%), 정부시책 호응(5.8%)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절반', 회사가 어려워서
좀 더 자세하게 신규채용을 늘리지 못하는 이유(중복응답)를 살펴보면 국내외 업종 경기 악화(26.4%) 이유가 가장 컸고, 그 다음으로는 회사 내부 상황 악화(23.6%)가 뒤를 이었다.
그밖에 정년 연장도 신규채용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업들의 23.6%가 ‘정년연장으로 퇴직인원이 줄어 정원관리를 위해 신규채용 수요가 감소됐다’고 밝혔다.
그밖에 통상임금 등 인건비 부담(6.9%), 예년 채용 수준 유지(4.2%)가 신규채용을 늘리지 못하게 한 원인으로 분석됐다.
문과보다 이공계 선호
상반기 대졸 신규채용 인원 중 이공계 선발 비중은 평균 59.2%로 대기업에서 문과보다 이공계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공계 선발 비중이 높은 업종은 건설/에너지(74.3%), 공기업(73.3%), 제조업(66.7%) 등이었다.
문과생을 더 많이 뽑겠다는 업종은 도소매업(77.5%), 운수업(66.7%) 등이었다.
한편 신규채용 직원 중 여성 선발 비중은 평균 23.4%에 그쳐 남성보다 여성의 취업이 더욱 어려운 것으로 전망됐다.
여성 선발 비율이 높은 업종은 운수업(43.3%), 정보서비스업(30.0%) 등이다.
'청년 VS 장년' 일자리 쟁탈?
최근 고용부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동시장 구조개선’ 자료(2015.1.22 발표)에 따르면 2014년 평균 퇴직 연령은 53세로 나타났지만, 이번에 응답한 130개 대기업에는 만 54세 이상 장년 근로자가 평균 7.8%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제조업(8.8%), 근로자 수 3천명 이상의 기업(9.6%)에서 장년 근로자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들은 53세경에 퇴직하던 근로자들이 내년부터 정년이 의무화되면 60세까지 근무하려는 경우가 많아질 것(62.8%)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기업들은 지금보다 더 많은 명예퇴직금을 퇴직자에게 준다면 퇴직할 것(12.6%)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60세까지 근무하게 될 장년 근로자들이 내년부터 수행할 업무는 ‘기존 업무 및 직책 유지’(53.1%)가 가장 많았고, ‘전문분야에서 자문위원 등의 역할 수행’(21.3%)이 그 뒤를 이었다.
반면 ‘후배들에게 보직을 넘기고 팀원으로 근무’(10.6%)할 것이다란 전망도 10% 가량 나왔다.
한편 207개 응답기업 중 10개 기업(4.8%)은 올해 구조조정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구조조정을 하려는 이유는 ‘적자 누적 등 계속된 실적 악화’(6곳), ‘통상임금 등 인건비 상승’(4개사)을 꼽았다.
전경련 관계자는 ‘국내외 경기부진, 통상임금 확대에 따른 인건비 상승, 내년부터 시행되는 60세 정년 의무화 등으로 지난해보다 신입직원을 많이 뽑는다고 밝힌 대기업이 5.8%에 불과해 상반기 대졸 취업난이 심각해 보인다’며, ‘특히 대기업에서 이공계와 남성선호도가 높아 문과 출신 여성들의 취업이 매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