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샤쓰 입은 사나이’ 노래 뺀 사건

“이번 일로 그동안 저열하게 갖고 있는 여러 가지 수준들 적나라하게 드러나”

7월 27일 열린 구리시의 한 음악공연(구리시립합창단의 행복콘서트)에서 공연 당일 석연치 않은 이유로 특정 곡이 배제됐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한창이다.

공교롭게도 그 곡은 ‘노란샤쓰 입은 사나이’로, 구리시의 바로 직전 시장인 안승남 전 구리시장의 트레이드 마크인 노란셔츠가 곡명에 들어 있다. 

실제 안 전 시장은 노란셔츠 입은 사나이를 자인하며 시정 전반에 노란셔츠를 입고 대내외활동을 한 바 있는데, 이 노래는 브로셔 등 행사 원 정보에는 들어 있었지만 실제 공연에선 불리지 않았다.

이건 정치 상황을 알아야 이해되는 부분이 있다. 전임 시장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장이고, 현재 시장은 국민의힘 소속 시장이다. 일반적으로 시장·국회의원은 경쟁하는 인물군으로 인식되는 면이 있다.

설마 그런 부분 때문에 곡이 배제됐겠어 하는 시선도 있을 수 있으나, 8월 2일 이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한 권봉수 구리시의회 의장의 브리핑에 의하면 안 전 시장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곡이 배제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설명에 의하면 시는 전임 시장을 연상시키는 곡을 왜 선정했냐는 민원들을 해소하기 위해 행사 당일 시립합창단에게 연락해 지휘자의 양해하에 곡을 뺐다고 전해진다.

다만 곡 배제는 시장의 지시에 의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권 의장은 시장과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선을 그었는데 “시장님은 정말 바쁘다. 의장인 저도 업무 소화하기에 정신이 없는데 시장 되면 도대체 서류를 언제 볼까 할 정도의 생각을 가지고 있다. 시장이 지시했다고 상상할 수 없다.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럼 뭘까. 권 의장은 현 시장을 아끼는 측근들이 시에 전화했거나, 민원을 전달받은 시 담당 부서가 과잉 충성을 했거나 두 가지 경우를 추론했다.

두 경우 다 문제가 있어 보인다. 시급한 일반 민원의 경우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즉각적인 조치가 가능하지만, 정치적 관점의 민원은 객관성, 공정성, 공공성 등의 측면에서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상기한 대로 관이 특정 정치 세력의 민원을 해소하기 위해 시립합창단 관계자의 양해를 구해 곡을 배제했다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준수 의무를 이행했는지에 대한 지적도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과잉’은 늘 문제가 된다. 특히 국가행정과 정치에 있어서 과잉은 편만해야 할 공공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경계해야 할 요소에 해당된다.

과잉은 때론 기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권 의장은 “그 노래를 70명이 봐서 무슨 전임 시장에게 도움이 되고 현임 시장에게 피해 있겠나. 오히려 공연 본 사람들이 다시 한번 노란셔츠를 떠올리고, 이 자체가 현 시장에게 마이너스다”라고 꼬집었다.

이번 일로 인한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이번 일을 통해 좀 더 근원적인 회의가 제기되고 있는데, 행정 등 정부조직이 예술의 독자성에 어디까지 관여할 수 있는지도 이번 일을 계기로 대두되고 있는 문제이다.

물론 문화예술이 역사적으로 정부와 긴밀한 관계였던 적도 있고 지금도 그런 구조 및 관계가 유지되고 있는 국가도 있지만, 작금의 주요 현대국가에선 그와 같은 유착을 경계하는 시각이 강하고 예술의 독자성 또한 존중하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다.

권 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본질과는 다른 문제점도 지적했는데 이 문제 또한 가볍지 않아 보인다. 권 의장에 따르면 권 의장의 지적 후, 의장이 담당 공무원들에게 호통을 치고 겁박을 했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는 모양이다.

권 의장은 이에 대해 “(본질은 논외로 하고) 의장이 공무원에게 핍박을 한, 큰소리를 친, 호통을 친 문제로 변질된 것 같다. 이 문제를 의장의 갑질, 일탈 이렇게 끌고 갈려고 시도하는 행위 자체가 정말 절망적이다”라고 개탄했다.

다음은 권 의장의 그밖에 멘트들이다. 권 의장이 어떤 문제 의식을 갖고 있는지 발언들에 고스란히 그 내용이 들어 있다.

“이건 예술에 대한 사전 검열이다. 시립이든 국립이든 예술적 부분에 대한 자율권이 주어지는 게 본래적인 의미인데 특정한 이유 때문에 이런 방식으로 곡을 행사 당일 빼고 넣고하는 것은 시민들에게 폐를 끼치는 행위가 아닌가? 이게 옳은 건가?”

“구리시 공직사회가 이런 정도 사고를 가지고 현 시장의 지지그룹 측근 그 지지그룹의 전화를 받고 시민에게 약속한 예술에 대한 이런 것까지 침해해 가면서 이렇게 할 수 있는 풍토가 된다면 이게 무슨 품격있는 도시고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도시라고 할 수 있겠는가?”

“이런 일은 군사정권에서나 가능했던 일이다. 대머리란 말이 들어가면 금지곡을 시켰었다. 그런 세상 바꾸자고 지금 삼사십년 발전시켜서 적어도 이제 표현의 자유, 예술의 자유, 문화의 자유 이런 것들을 전 세계적으로 가장 향유하고 있다고 하고 있는 지금, 2023년 대한민국에서 구리시에서 이런 일들이...”

“이번 한 가지 일로 인해서 정말 우리가 그동안 저열하게 갖고 있는 여러 가지 수준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 같다.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 구리시는 정말 문화와 예술을 제대로 존중하고 사랑하고, 그래서 모든 시민들에게 제대로 그런 문화와 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집행부, 의회, 시민사회, 언론인이 같이해서 정말 좋은 도시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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