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 도서관 “공공성 잘 표현된 열린 공간으로 변모돼야”

승인2017.05.12 14:24l수정2017.05.12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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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봄 섭지코지(左)와 2016년 봄 가파도(右)(사진=우영선 객원기자)

제주의 기억: 공공성과 기적의 도서관
남양주에도 어린이정서 맞는 ‘기적의 도서관’ 필요

중국 관광객의 발길이 끊겨 다소 한산해진 제주. 가랑비가 내리는 이른 아침 섭지코지에는 단체 여행을 온 학생들이 우비를 입고 짝을 지어 등대를 올랐다. 일본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콘크리트 건물 저 너머로 보이는 성산일출봉은 샐러리맨의 휴일 아침잠처럼 편안하게 해무를 이불 삼아 잠들어 있는 듯했다. 해변의 산책로를 따라 작은 현무암과 초록의 잡초들을 배경으로 이름 모를 들꽃들이 빗물을 머금고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매년 봄에 열리는 가파도의 청보리 축제 때면 모슬포항은 여행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가파도 주민들이 공동으로 주관하는 체험 행사들은 약간 허술하지만 보리밭 사이사이에 난 길을 따라 걸어 다니며 섬의 풍경을 만끽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파란 하늘과 바다를 배경으로 초록의 보리밭이 바닷바람에 살랑이고 하늘과 땅의 경계에 작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바다 저 너머로는 산방산이 미세먼지와 몸싸움을 하고 있었다.

제2공항 덕에 제법 값나가는 동네가 된 표선면에서는 색다른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지난달 26일부터 4일 동안 해비치호텔&리조트에서 대한건축학회가 주관한 ‘2017 건축도시대회’가 개최된 것. 한중일의 건축 관계자들이 참여한 이 행사는 학술발표대회와 국제콘퍼런스, 건축도시산업페어, 전시회 등으로 구성됐다. 26일에는 ‘2017 동아시아건축, 도시 국제콘퍼런스’가 열렸고, 건축가 반 시게루와 최문규가 기조 강연을 했다. 두 건축가는 콘퍼런스의 취지에 따라 건축의 역할과 공동성을 강연의 공통된 화두로 삼았다.

▲ 4월 26일 제주 해비치호텔&리조트에서 개최된 대한건축학회 주관 「2017 건축도시대회」 ‘2017 동아시아건축, 도시 국제콘퍼런스’에서 반 시게루와 최문규가 기조 강연을 했다. 반 시게루의 고베 대피시설(左). 최문규의 현대카드 뮤직라이브러리(右)(사진=우영선 객원기자)

2014년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반 시게루는 일본과 아프리카, 인도 등지의 재난 및 난민 문제를 고민하며 저렴하고 건설이 용이한 종이 파이프를 활용해 임시 거주 공간들을 설계해왔다. 공동체의 지원과 노동력으로 세워진 그의 공간들은 소박하지만 인간의 존엄이 지켜지는 곳이다. 건축물은 왜 항상 ‘부’에 종속되어야만 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이러한 작업들이 비롯됐다. 그가 연설에서 강조한 가치 중 하나는 ‘공평성’이다. 사람과 공간 모두에 적용되는 이 공평성이야말로 반 시게루의 건축적 공공성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카드 뮤직라이브러리를 설계한 건축가 최문규는 다른 방향에서 건축의 역할과 공공성을 추구한다. 그는 기업의 건축주들을 설득해 이를 실현하도록 노력한다. 수많은 작은 별들이 모여 하나의 커다란 우주가 형성되듯이 작은 실천들이 모여 큰 가치에 도달할 수 있다고 그는 믿는다. 반 시게루가 혁신가려면 최문규는 유능한 협상가다. 쌈지길에서 알 수 있듯이 그가 설계한 건물들은 입구가 많고 사적 공간인 내부에 공적 외부가 포개져 있다. 건물이 도시와 사람들에게 열려있게 만드는 것이 그가 추구하는 공공성의 핵심이다.

제주도를 찾는 관광객들 중에는 제주시와 서귀포시에 있는 ‘기적의 도서관’을 찾는 이들도 있다.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이 추진해 2003년에 순천에서 처음 세워진 기적의 도서관은 어린이전용도서관이며 현재 12곳의 지역에 설립돼 있다. 삼척시도 서귀포시 기적의 도서관을 모델로 삼은 시립도서관 건립을 계획하고 있다. 순천의 도서관과 함께 제주도의 두 기적의 도서관을 설계한 분은 2011년에 작고하신 정기용 건축가다. 그는 정재은 감독이 만든 다큐멘터리 <말하는 건축가>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도시를 걱정하고 사람을 진지하게 성찰한 그의 건축관은 도서관의 소소한 공간들에 투영돼 있다. 두 건물은 형태적으로 멋지거나 웅장하지는 않다. 그러나 천진한 모양의 작은 원형 창들이 나있는 내부 열람실은 소박하지만 편안하다. 도넛 형태로 된 서귀포 기적의 도서관은 건물 중앙이 비어 있고 하늘로 열려있다. 아이들은 책을 읽다가 원형 창으로 중앙 정원의 나무를 바라다볼 수 있고, 날씨가 허락한다면 문을 열고 정원으로 나가 하늘을 볼 수도 있다. 건물 입구에는 주변의 공원을 느낄 수 있는 휴식 공간이 있다.

제주시 기적의 도서관 앞쪽에는 넓은 잔디밭이, 뒤쪽으로는 작은 녹지공간이 있다. 편안한 자세로 책을 읽을 수 있는 반원형 공간과 방으로 꾸며진 곳에서 아이들은 기다란 수직창과 앙증맞은 원형 창을 통해 이 초록의 외부들을 바라다보고, 그곳으로 나가 뛰놀 수 있다. 재미있는 입구를 통과해 내부로 들어오면 일단 신발을 벗는다. 아이들은 곧바로 책장 앞으로 갈 수도 있고 주머니 같은 공간에서 잠시 생각에 잠길 수도 있다. 책을 읽다가도 동무들과 어울려 계단식 휴식 공간에서 쫑알쫑알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다.

▲ 서귀포 ‘기적의 도서관’ 중앙 정원(左)과 제주시 ‘기적의 도서관’ 원형 공간 및 창(右)(사진=유영선 객원기자)

정기용 건축가는 건물에서 입구가 중요하다고 했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만남이 있고 서성임이 있는 곳이 입구다. 남양주지역의 공공도서관을 보면 입구 공간의 처리가 무미건조하다. 아이들은 어떠한 공간을 접하고 있을까? 도농도서관과 진건도서관, 화도도서관, 오남도서관, 진접도서관은 1층에 유아 및 어린이 열람실이 배치돼 있다. 오남도서관의 경우 아이들이 노닐 수 있는 외부공간이 조성돼 있고, 진접도서관은 뽀로로를 테마로 꾸며진 유아용 열람실이 있다. 도농도서관의 경우 쉬거나 놀 수 있는 외부 공간이랄 곳도 없다.

와부도서관의 경우 어린이열람실은 2층에 있고, 지하1층에 휴식용 외부공간이 조성돼 있다. 1층에는 사무실 공간과 장애인용 열람실이 배치돼 있다. 건축전문가로서 기자가 판단해볼 때 사무실을 2층에 두고 어린이열람실을 1층에 배치해 지하 1층의 외부 휴식 공간과 직접 연결시키는 편이 좋다. 하지만 이곳은 카페와 연결된 휴식 공간이지만 도서관 관리자 측은 소음을 이유로 아이들이 뛰노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작은 인공폭포도 조성돼 아이들이 놀 수 있게 계획된 이곳은 거의 사용되지 않고 방치돼 있다.

아이들의 감성과 시선은 어른의 그것과 다르다. 아이들은 세계를 훨씬 더 크고 숭고하게 느끼고 벤치 하나 나무 한 그루도 소품이나 배경이 아니라 친구 같은 존재다. 작은 물웅덩이도 그들에겐 커다란 연못이다. 작은 틈도 아이들은 비밀스러운 동굴처럼 느낀다. 어른들은 책에 집중하는 데 길들여져 있지만 아이들은 책의 세계에서 노닐다가 이내 책 밖의 현실 세계로 뛰어들려 한다. 현재의 지역도서관이 공공성이 잘 표현된 열린 공간으로 변모되길 바란다. 그리고 어린이들의 정서에 맞는 ‘기적의 도서관’도 조성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우영선 객원기자
wahrheit9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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