白 긴급현안질문 불출석 구리시의회 파행, 민주당·국민의힘 책임 공방
한국 정치권은 평안하지 못하다. 중앙도 중앙이지만 지방 역시 사안은 다르지만 첨예하긴 매한가지인 경우가 있다. 구리시가 바로 그 예다. 구리시 정치권은 이전에도 그랬지만 최근에도 환부가 뜨겁게 부풀어 오르고 있다.
구리시는 경기주택도시공사(GH) 구리 이전과 서울 편입을 동시 추진하고 있다. GH 구리 이전은 기 확정된 것이고, 서울 편입은 지난 총선 전 나온 이슈로 시민조사에서 거듭 찬성 의견이 높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이 두 사업을 동시에 추진할 수 있는가이다. 사업 하나씩만을 놓고는 문제가 안 되지만, 양손의 떡처럼 둘을 놓고 볼 때는 같이 취하기 어려운 딜레마적 상황이 분명 존재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동시 추진에 관한 문제의식이 있었다. 다만 한동안 공개적인 이슈가 없어 속으로는 마뜩잖았을지 몰라도 표면화되지는 않았었다.
그러다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남양주 쪽의 움직임 때문이다. 지난달 21일 남양주시의회는 ‘경기주택도시공사 북부 이전지 재검토 건의안’(대표발의 이진환)을 채택했는데, 이후 남양주 특정 지역 정치권과 주민이 같은 내용을 요구해 구리·남양주 간 분위기가 뜨악해졌다.
이 사안은 구리시 내 정치권 갈등으로 번졌다. 구리시의회는 남양주 쪽의 움직임에 대해 백경현 구리시장으로부터 답변을 듣고자 했으나 시장이 출석하지 않아 의회 일정에 차질이 생겼고, 지난달 21일 경기도가 GH 구리시 이전 절차 전면 중단을 선언하고 나서 출석 요구가 또 있었으나 같은 상황이 벌어져 의회 일정에 또 차질이 빚어졌다.
여기까지 보면 구리시 집행부와 구리시의회 간 힘겨루기로 보인다. 그렇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 보면 시의회 내 정당 간 간극도 크다. 시의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시의회 국민의힘(이하 ‘국민의힘’)은 서로 극명한 시각차를 보인다.
출석 여부에 대한 의견이 다르고, 의회 파행에 대해서도 의견이 다르다. 민주당은 시장이 시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적극적으로 시민의 대의기구인 의회에 출석해 중요한 현안에 대해 직접 답변하는 게 도리요 의무라는 시각이지만, 국민의힘은 구리시장의 시의회 불출석과 관계공무원의 대리 답변은 법률에 명시된 권한이라며 시장의 판단을 지지하는 입장이다.
이번 사안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상호 불신’이 이런 사태에 영향을 미친 게 아닌가 하는 점이다.
실제 이 부분에 대한 언급이 있는데, 민주당이 이달 10일·11일 각각 낸 긴급 입장문과 성명서에는 “‘의회가 자신을 망신 주려고 부르는데 왜 나가나?’라고 항변하고 있다는 이야기마저 들린다. GH 구리 이전 중단 사태에 대해 시장이 의회에 나와서 분명한 입장과 향후 대책을 밝히라는 것이 시장 망신 주기인가?”라는 내용이 들어있다.
의회 파행에 대해서 역시 견해차가 크다. 민주당은 제346회 임시회의 경우 백 시장이 1차 추경 등을 위해 소집 요구한 것임에도 불출석한다는 것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의회 기만행위라며, 의회 출석 약속 없이는 의회 열리지 않는다고 못을 박았다.
이어서 이달 11일 성명에서는 “백경현 시장은 민생을 외면한 채 임시회 회기 중에 일본으로 휴가를 가버린 무책임한 행태에 대해 의회와 시민 앞에 고개 숙여 공개 사과하라! 백경현 시장은 GH 구리 이전 중단 사태에 대한 책임 있는 답변을 위해 의회에 즉각 출석하라!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일동은 위의 두 가지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으면 시민의 대의기구인 의회의 정상화를 위해 백경현 시장 퇴진 운동도 불사할 것임을 강력하게 천명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의 관점은 아예 다르다. 민주당이 백 시장 책임론을 들고 나왔다면 국민의힘은 민주당 책임론을 들고 나왔다.
국민의힘은 10일 성명을 통해 “신동화 의장과 민주당은 의회 운영의 기본 원칙을 무시한 채 본회의를 의도적으로 중단시키고 정쟁만을 일삼고 있다. 구리시장의 시의회 불출석과 관계공무원의 대리 답변은 법률에 명시된 권한이며 이에 따라 회의를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의장의 책무다. 그러나 의장과 의장과 민주당은 이를 이유로 본회의를 무기한 파행시키며 시장이 출석할 때까지 일하지 않겠다는 억지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이는 명백한 직무 유기이자 의회를 볼모로 삼아 정치적 이득만을 챙기려는 행태다”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회기 운영은 양당이 사전에 운영위원회를 통해 합의한 의사일정을 준수하는 것이 원칙이다. 시장이 이미 지난 금요일에 불출석 공문을 보냈고 이에 따라 의사일정 조율을 할 시간이 충분히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의장과 민주당은 국민의힘 의원들을 무시한 채 사전에 각본을 짜고 일방적으로 발언을 주고받으며 회의를 파행으로 몰아갔다. 심지어 국민의힘 의원들의 의사진행 발언조차 허용하지 않는 반민주적 행태를 보이며 독선적인 의회 운영을 자행했다”고 파행의 원인을 민주당으로 돌렸다.
공교롭게도 대립 구도가 지극히 정치적이다. 남양주 쪽의 움직임은 지역 이익을 위한 관점으로도 보이지만 민주당 정치권의 어필이 반복됐고, 구리시에서는 익히 아는 대로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확연한 인식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편, 구리시에서는 일련의 일들에 대해서 아직 명확한 입장은 나오지 않고 있다.
다만 경기도의 GH 구리 이전 중단 발표에 대한 지난달 25일 구리시 입장문에는 구리시가 어떤 관점으로 이 사안을 바라보는지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 들어 있는데, 사전 두 사업이 동시 추진되는 상황에서 지난해 9월 도지사가 GH 구리 이전을 얘기해 놓고 이제 와서 왜 그러는지 납득할 수 없다는 게 구리시 견해로 보인다.
구리시는 이 글을 통해 “갑자기 구리시가 서울 편입을 주장하고 있다는 이유로 이전 절차를 전면 중단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고 당혹스럽다. 경기도가 문제로 삼는 ‘구리시의 서울 편입’에 대한 논의는 경기도가 GH 구리시 이전 등 공공기관을 약속대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한 2024년 9월 이전부터 논의가 있었던 내용이다. 심지어 2024년 2월에 이미 구리시가 서울로 가는 시민단체가 활동하고 있었다. 구리시의 서울 편입 추진은 개인의 정치적인 이득을 위해 추진하는 사항이 아닌 대다수 구리시민의 염원에 따라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사안이다. 이는 2024년 2월 구리시민이 자발적으로 ‘구리가 서울되는 범시민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으로 증명할 수 있다. 구리시는 현재 시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것은 시민들의 염원에 따라 서울 편입 효과에 대한 기초 자료 수집·작성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한 것뿐인데 경기도가 경기주택도시공사 이전 추진과 관련된 행정절차 이행을 중단한다고 발표한 기자회견은 이해하기 어렵다”라고 반론을 제기했다.
[아래 첨부 파일들은 이 사안에 대해 구리시가 낸 입장문과 구리시 정치권에서 나온 입장문·성명서다. 국민은, 시민은 정치권에서 나오는 각종 언변 및 행동을 믿음의 문제가 아닌 지식의 문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또 먹고 살기 바쁘고 내 일이 아닌 것처럼 보여도 냉철한 통찰력으로 속을 헤쳐볼 의지가 있어야 한다. 민중의 판단이 그 고장의 수준과 성숙한 민주주의를 보장하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