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N문학] 주기철의 포토에세이 '양수리(兩水里), 물 따라 가는 생각'

승인2019.05.01 21:21l수정2019.05.01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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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독자 제위의 꾸준한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그동안 정치, 경제, 산업, 사회, 건설 등 비교적 딱딱한 뉴스를 많이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기존 편집방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좀 더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법을 강구했습니다. 앞으로 주간 또는 격주간 구리남양주 문학인들의 시와 수필, 소설, 생활문 등을 제공하려 합니다. 되도록 수준 있는 작품을 실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게재되는 작품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관점이 다를 수 있습니다. 문학작품의 고유성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되도록 ‘간섭’ 없이 작품을 게재할까 합니다. 새로 제공되는 문학 콘텐츠를 통해 잠시나마 문화예술의 향기를 맡아보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양수리(兩水里), 물 따라 가는 생각

글 주기철
사진 주기철

누군들 세상을 사는 게 맘대로 뜻대로 행복하기만 하겠는가. 하고자 하는 일이 잘 풀릴 때는 온 세상을 얻은 듯 행복에 겨워 웃다가도 한 발 삐끗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실패를 맛보게 되는 날이면 좌절과 절망감에 몸부림치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인 것을... 간혹 실패의 벼랑이 너무 가파러 돌아오지 못할 길을 선택하는 사람도 있는 것을 보면 세상살이가 그리 녹록치만은 않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다.

이순을 바라보는 필자도 사람인지라 당연히 그런 굴곡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나 그런 굴곡쯤은 몇 번씩 타고 넘으며 살아간다. 때로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기도 한다. 어느 놀이기구보다 스릴 있다. 돈 주고도 타는 놀이기구인데, 이건 공짜다. 그냥 즐겨보면 안 될까?

‘피하지 못할 운명이라면 차라리 즐기자.’
운명을 믿지 않는 편이지만, 좋아하는 말 중에 하나다. 또 하나 덧붙이자면, ‘知之者는 不如 好之者요, 好之者는 不如 樂之者라’ 라는 공자의 말이 있다. 즐기는 놈을 이길 자가 없다는 얘기이다.

말은 참 쉽다. 실제 이렇게 산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란 것도 안다. 문제는 상승과 하강의 곡선이 내 맘대로 그려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의 노력과 의지가 절대적으로 반영되기는 하지만 의외의 변수가 너무 많은 것이 탈이다. 그게 어디 내 탓이랴...? 그러나 그것도 내 탓이다. 아니, 내 탓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것은 철학도 아니고 처세술도 아니다. 그저 정답이 없는 삶을 살아가는 방편일 뿐이다.

누군가 내게 묻는다. 삶은 무엇이냐고.
나는 슬쩍 웃어 보이며 말한다. ‘삶은 달걀이지’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답으로 제시한 ‘달걀’이 아니다. 슬쩍 웃어 보이는 게 포인트인 것이다. ‘왜 사냐건/ 웃지요’ 와 같은 맥락이라고나 할까?

물론 삶은 ‘달걀’이 아닐 수도 있다.
이런저런 인생의 여러 가지 일들을 생각 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쳇바퀴를 구르는 다람쥐를 떠올리게 된다. 다람쥐는 그저 즐거워서 돌리는 것을 나는 왜 비관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일까. 답답함이 정점에 이르면 나도 모르게 주섬주섬 카메라를 챙겨들고 어디론가 향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거의 기계적으로 이루어지는 이런 행동양식은 나에게 있어서 자기방어의 수단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렇다고 많은 시간과 경비를 들여 멀리 나가는 것도 아니다. 쳇바퀴에서 발만 떼어 보자.

생활 반경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한 숨 돌릴 수 있는 공간이 우리 주변에는 제법 있다. 양수리도 그런 곳들 중 하나이다.

두물머리에 가면 물이 많다.
남한강, 북한강, 두 물길이 만나는 곳이다 보니 그야말로 물 천지다. 이름도 양수(兩水)다.

양수는 우리의 삶이 시작된 근원인 양수(羊水)와도 발음이 같아 친근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꼭 이름 때문이지는 않겠지만, 데이트를 즐기는 남녀 커플의 모습도 많이 보인다. 물의 편한 느낌이 그들 사이를 더욱 가깝게 당기는 듯 따듯해 보인다. 물론 이런 시선은 필자의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런 생각의 연장선에서 조금만 더 나가보면 김정은의 서울 답방이 이루어질 경우 이곳은 남북한을 대표하는 두 정상이 데이트를 하기에도 아주 적합한 곳이 아니겠는가, 하는 상상까지 가능하게 만든다. 남한과 북한을 발원지로 하여 흐르던 물줄기가 두물머리에서 만난다는 상징성과도 아주 잘 맞아 떨어진다. 이곳을 오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할 정도가 아닌가 싶다. 다음에 보이는 사진 속의 두 정상을 한번 상상해 보자. 그림이 좀 되겠나...?

물이 가져다 주는 긍정의 힘이 어디 그 뿐이겠는가.
물은 생명의 모태이자 자연 치유의 능력으로 보자면 그야말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물이 없는 생명, 물이 없는 지구를 상상할 수 있겠는가.

이렇게 위대한 물이지만 정작 스스로는 겸손하다. 둥근 병에 담기면 둥근 대로, 네모진 수영장에 담기면 네모진 대로, 그러다가 높은 곳에 이르면 한없이 자신을 낮추려는 자세야말로 사람들이 배우고 새겨야할 덕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그렇다고 물을 물로 보면 안 된다. 특히 자신을 낮추려할 때야 말로 세상에서 가장 두려운 존재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최악의 예를 들어 성경 속에서 세상은 물로 멸망한 적이 있다. 또한 역사 속 고대 문화에서는 물로 흥하고 망한 예들이 수도 없이 많다.

물을 다스리는 자가 천하를 얻는다.
예로부터 치수(治水)는 지도자의 가장 큰 덕목으로, 홍수나 가뭄이 들면 그 책임을 물어 죽임을 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렇듯 물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두물머리는 머리도 식힐 겸 종종 들르는 곳인데, 이번 방문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환자복을 입은 어르신이 지팡이를 짚고 산책을 하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으나 백 마디 말보다 사진 한 장이 더 많은 여운으로 남을 것 같아 사진으로 대신하도록 하겠다. 부디 물의 기운을 받아 쾌유하실 것을 바란다.

끝으로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의 전설이 있는 두물머리 나루터에서 이무기 같은 모습으로 찍힌 필자의 모습과 그 외 몇몇 컷을 인사말로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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