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진작(振作) 해법 있을까?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국가경영전략연구원으로부터 초청을 받아 5일 한국경제를 진단하는 강연을 하고 있다.(사진=기획재정부)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국가경영전략연구원으로부터 초청을 받아 5일 한국경제를 진단하는 강연을 하고 있다.(사진=기획재정부)

최근 정치권에서 앞서거니 둬서거니 임금 인상에 대한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임금 인상이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임금을 올리자니 경제가 죽고 임금을 안올리자니 경제가 죽는 딜레마에 빠졌기 때문에 쉽사리 해법을 제시하기 힘든 까닭이다.

고민이 되는 것은 정규직에 대한 임금이 아니다. 이미 세계 수준에 비춰볼 때도 손색이 없는 정규직의 임금은 논외에 해당된다.

임금소외계층에 해당하는 알바 등 비정규직의 임금이 문제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100만 원
청년층, 중년층, 부녀자층 등 비정규직에 내몰리고 있는 노동소외계층이 받는 임금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100만 원 안팎이다.

조금 더 전문성을 띠거나 노동 강도가 높은 경우는 최저임금 이상을 받는 경우가 있지만, 특별한 기술을 요하지 않는 일반 노동의 경우 임금은 여전히 저만큼밖에 안 된다.

이런저런 통계를 들이밀 필요도 없다. 현재 대한민국 곳곳에서 청년, 중년층, 부녀자층 가운데 최저 시급도 못 받고 알바 등 비정규직을 하고 있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시급 5,000원에 하루 8시간 근무, 한 달 중 25일을 근무하면 딱 100만 원이다. 여기서 의무 보험료를 떼면 얼마일까?

이것은 단지 급여의 적고 많음의 문제가 아니다. 저 돈을 받고는 도저히 생활을 할 수 없는 구조가 한국경제를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있다.

두터운 서민층이 소비해야 경제가
아무리 전문적이지 않은 일을 해도 한국 사람처럼만 일을 하면 최소한 생계는 가능해야 하지만, 경제구조가 날로 양극화 되는 까닭에 내수를 견인할 세력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내수를 견인하기 위해선 부자들 지갑을 열게 해서 내수에 일조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수많은 사람이 매일 먹고, 입고 생활하는 일반 소비층의 소비야말로 내수의 골간이다.

그래선지 최근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초청 강연에서 일본 같은 장기불황을 우려하면서 내수 활성화 차원에서 최저 임금을 대폭 올려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최경환 부총리의 말은 일견 타당하다. 하지만 이게 쉬운 문제가 아니다. 노동계에선 쌍수를 들고 환영할 얘기지만, 기업을 하는 입장에서는 아득하고 재앙에 가까운 얘기다.

벌써부터 사업체를 해외로 옮겨야하나 그런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임금인상 영세소상인 타격?
이들의 얘기는 단지 볼멘소리가 아니다. 중국 기업과의 기술격차가 지속적으로 좁혀지는 상황에서 저임금 구조는 이들에겐 유일한 버팀목이었다.

그야말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임금소외계층의 임금을 대폭 올려서 입고, 먹고 생활하는데 돈을 쓰게 해야 하지만, 그랬다가는 자칫 영세소상인 등 기업이 죽을 수도 있다.

통닭집을 운영하는데 시급 7,000원~10,000원을 준다면 어찌될까? 과연 업체들은 가뜩이나 임대료도 비싼데 통닭 값을 올리지 않고 영업을 할 수 있을까? 만약 올린다면 주머니가 가벼운 서민들은 과연 소비를 원활하게 할 수 있을까?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최근 ‘일자리 확대를 위한 노동조합의 역할’ 보고서를 통해 임금인상→내수확대→경기회복→고용창출의 가능성을 제시했지만 현장 상황은 다를 수 있다.

내수발목 부동산∙사교육 큰 문제
적게 벌어서 알맞게 소비하는 경제구조가 가장 오래 살아남는 법인데, 모두들 부동산 광풍에 집값을 하늘 꼭대기까지 올려놔서 이제는 어쩌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부동산과 사교육에 막대한 돈이 많이 들어가는 구조가 바로 내수를 망치는 주범이라는 시각도 있는데, 이 화살은 공교육의 효용 가치에까지 과녁을 겨누고 있다.

부동산으로 진 빚을 아직 다 갚지 못한 상황 등 가계 부채는 내수 부진에 또 막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 아무리 생계가 급해도 빚 해결을 우선 해결하는 경우는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은행은 현재 기준금리를 연속 동결하고 있으며, 4월부터는 기준금리를 인하한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물론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는 서민이 아닌 기업에만 영향을 미치므로 서민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실질금리를 내리는 것이 맞는다는 전문가 주장도 있다.

서울시 노원구 김성환 구청장이 '생활임금 심의위원회의'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노원구)
서울시 노원구 김성환 구청장이 '생활임금 심의위원회의'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노원구)

일부 지자체 ‘생활임금’ 올리는 노력
이 와중에 정부가 나서서 솔선수범 생활임금을 올리는 사례도 있었다. 생활임금이란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유지하며 실질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최저임금 등을 고려해서 정한 임금이다.

서울시 노원구는 올해 구에서 일하는 근로자 시급을 올해 최저시급(5,580원)보다 1,570원 많은 7,150원으로 책정했다.

또한 최근 서울시도 생활임금을 시급 6,687원으로 확정하는 등 지자체 일부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임금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일반 기업으로 확산되는 등 최저임금을 올리는데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

딜레마, 이러지도 저러지도
임금인상이 물가상승(제조비상승)에 영향을 주지 않아야 최저임금 인상 의견도 지지를 받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임금이 인상된 것보다 노동생산성이 더 크게 증가해야 한다.

그러나 상기한대로 임금이 올라서 닭이 비싸지면 노동생산성은 낮아진다. 누가 그 비싼 닭을 먹겠는가? 그래서 딜레마다.

임금은 올렸는데 빚 갚는데 돈을 쓰고, 이래서 여전히 주머니가 가벼운 서민은 임금인상으로 높아진 상품을 또 구매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원가는 상승했지만 물건이 안 팔리니 물건 값은 다시 낮아지고.

아무리 물가가 낮아도 주머니에 돈이 없는 서민들은 물건을 사지 않는 디플레이션 현상.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큰 걱정이라고 말한 디플레이션이 바로 이런 현상을 두고 한 말일까.

한편 이런 장기불황의 뫼비우스의 띠를 끊어낼 대안으로 기본소득이라는 개념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새로운 개념 ‘기본소득’
전 국민에게 일정 소득을 매월 지급한다는 다소 황당한 논리지만, 서구에서는 이미 깊이 있는 연구가 진행돼 최근 스위스에서는 기본소득 채택 여부를 정하는 국민투표가 전 세계의 관심을 모으는 가운데 진행되기도 했다.

지난해 7월 남양주에서 기본소득 관련 강연이 열렸다.(주최: 구리∙남양주 녹색평론독자모임, 구리∙남양주 녹색당)
지난해 7월 남양주에서 기본소득 관련 강연이 열렸다.(주최: 구리∙남양주 녹색평론독자모임, 구리∙남양주 녹색당)

또 헌법에 기본소득 법안이 있는 브라질의 경우 Quatinga Velho 마을에서 기본소득을 실시하고 있으며, 나미비아의 주택지인 Otjivero와 Omitara에서도 이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기본소득의 핵심은 쓸데없는데 쓰이는 정부 예산을 아껴서 내수 진작 등에 도움이 되는 국민기초생활비용에 예산을 써야한다는 논리로, 현재 국내에서도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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