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선관위 3표 무효처리, 당락 뒤바뀌어

중앙선관위 '유・무효투표 예시’(左). 해당 아파트 동대표 선거에서 무효표로 처리된 투표용지(右).
중앙선관위 '유・무효투표 예시’(左). 해당 아파트 동대표 선거에서 무효표로 처리된 투표용지(右).

부녀회 등 주민, 유효표도 무효표 처리 ‘강력 반발’
아파트선관위, 아파트 이장선거 전례 들어 1표 무효표 처리
석연치 않은 선거 과정・결과 법원 판단 전망

경기도 남양주시 한 아파트에서 올해 초 실시된 동대표 선거 결과를 놓고 현재까지 주민 간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어 그 원인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때는 올해 4월 30일. 남양주시 소재 한 아파트에서 동대표 선거가 치러졌다. 세대수가 채 500가구를 넘지 않은 아파트에서 각 동대표를 선출하는 선거인데 한 동에서 말썽이 빚어졌다.

아파트선관위 실수 이중투표 발생

X동 후보로 출마한 기호 1번 A씨는 그 동 총 투표수 53표 중 27표를 득표했고, 기호 2번 B씨는 25표를 득표했다. 그러나 의외로 A씨는 동대표에 당선되지 못했고 현직 입대위 회장인 B씨는 동대표로 선출됐다.

B씨는 얼마 있다 동대표가 모여 입대위 회장을 뽑는 선거에서도 지난 2013년에 이어 다시 입대위 회장으로 당선됐다.

이렇게 뒤집힌 결과가 나오자 부녀회를 비롯한 주민들은 강력 반발하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B씨가 부정선거로 당선됐다며, 연대서명을 받는 등 연초 시작된 갈등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부정선거 논란이다. 이들의 선거 과정을 지켜보면 정상적인 선거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희한한 점들이 다수 노출된다.

선거 당일 점심 지나 선거가 중단됐다. 한 선관위원이 A씨 가족 중 2명이 투표한 것을 발견하고 당시 선관위 간사를 맡고 있던 관리소장에게 이를 알렸고, 선관위는 긴급히 회의를 소집해 A씨 표 중 1표를 개표 후 무효표로 처리하기로 하고 선거를 재개했다.

하지만 A씨 가족이 한 명 더 투표한 것은 이 아파트 선관위 실수로 빚어진 일이다. 선관위는 아파트를 지나던 A씨의 딸에게 투표를 독려했고, 선거인명부를 제대로 대조하지 않은 채 투표용지를 건넸다.

그러나 이전 입대위 회장을 지낸 선관위원장은 선관위의 실수를 인정하면서도, 이중투표한 가구에게도 책임이 있다며 선거관리 과실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무효표 처리 놓고 옥신각신

오후 6시 동대표 선거가 끝나고 투표함을 여니 A씨 27표, B씨 25표가 나왔다. 앞서 선관위 긴급회의 결과 A씨의 표를 1표 제하기로 했으니 최종 개표결과는 A씨 26표, B씨 25표.

하지만 선거는 일단락되지 않았다. B씨는 A씨가 1세대 1투표권을 어기고 2표를 했다며 2표 무효를 주장했고, ‘기호 1번 숫자에 기표한 1표’ 또한 무효라고 주장해 선거결과가 뒤집혔다.

A씨의 득표 가운데 3표가 무효표로 처리됐다. 선관위는 A씨 표 2표를 무효표로 처리했고 기호 1번 숫자에 기표한 1표 또한 무효로 처리해, 선거 결과를 A씨 24표, B씨 25표로 수일 후 결론지었다.

주민들은 A씨 가구의 이중투표가 확인돼 선거가 중단됐을 때 “B씨의 동의하에 1표만 무효처리하기로 했다”며, 선거 결과 자신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오지 않자 B씨가 선거를 뒤집었다고 격앙된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B씨는 1표만 빼고 개표하자는 선관위원장과 관리소장의 당초 제의에 자신은 동의하지 않았다며, 다만 ‘계속되는 설득에 1표만 빼고 개표를 하되 당락에 영향을 미친다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조건하에 선거를 계속하게 됐다고 엇갈린 주장을 하고 있다.

주민들은 이런 B씨의 주장이 터무니없다고 비난하고 있다. 선거가 중단됐을 때 선관위가 개최한 긴급회의에서 ‘1표만 빼고 개표를 하되 당락에 영향을 미친다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조건은 나오지 않았다는 것.

이들은 ‘기호 1번 숫자에 기표한 1표’를 유효표로 할지 무효표로 할지에 대해서는 선거 당일 결론을 짓지 못하고 지역선관위로부터 해석을 받은 뒤 판단하기로 했다.

부녀회 등 주민들과 아파트 선관위는 이 사안을 놓고 각자 지역선관위에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남양주선관위는 해당 표가 공직선거법상 유효표에 해당 된다는 판단을 내렸으나, 민간단체의 경우 규약이나 규정 등 자체 마련된 규칙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아파트선관위, B씨 당선 결정

선관위는 2008년 9월 자신의 아파트 이장선거 때도 숫자에 기표한 표를 무효 처리한 전례가 있다며 결국 기호 1번 숫자에 기표한 1표도 무효표로 처리하고 B씨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주민들은 중앙선관위에서 발행한 ‘유・무효투표 예시’에 보면 엄연히 기호 1번 숫자에 기표한 1표는 유효표라며, 자신의 아파트 선거관리규약에도 “두 후보자란의 구분선상에 기표된 것으로 어느 후보자에게 기표한 것인지 명확한 것은 무효로 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기호 1번 숫자에 기표한 1표를 유효표로 인정할 경우, A씨는 자신과 가족이 투표한 2표를 모두 무효처리해도 25표를 득표해 B씨와 같은 표를 얻게 된다. 이렇게 되면 상황은 역전된다.

통상 아파트 선거에서 표가 같을 경우 연장자 우선 기준이 적용되기 때문에 B씨보다 나이가 많은 A씨가 당선인이 된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 다르게 기호 1번 숫자에 기표한 1표가 무효 처리되면서 당락이 바뀌었다.

부정선거라고 서로 손가락질

B씨는 자신에게 반감을 가지고 있는 일부 주민들이 자신을 낙선시키기 위해 경쟁후보를 출마시켰다가 낙선하자 불법・부정선거를 주장하고 있다며, 어디까지나 선거결과는 정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B씨는 또 1세대 1투표권을 어기고 2투표를 한 A씨가 자진사퇴했어야 했다며, 당시 자신은 상대 후보의 부정선거를 확인하자 후보자격 상실을 선관위원장과 간사인 관리소장에게 강력하게 요구한 바 있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부녀회 등 이에 반발하고 있는 주민들은 선관위 긴급회의 결과와 달리 A씨가 득표한 표 가운데 1표가 더 무효표가 된 상황에서 숫자에 기표한 1표마저 무효로 결정됐다며, 올해 동대표 선거는 부정선거라고 맞서고 있다.

골이 깊은 갈등

부녀회를 위시한 주민들은 올해 초 치러진 동대표 선거뿐만 아니라 B씨가 그동안 추진한 마을 중앙놀이터 조경 공사와 옥상 방수사업 등에 대해서도 서로 반목하며 갈등을 빚고 있다.

주민들은 옥상 방수사업의 경우 최저 입찰가를 제시한 업체가 자격미달로 입찰에서 제외됐고, 중앙 놀이터 조경사업도 공사대금이 부풀려진 면이 있다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B씨는 옥상 방수사업의 경우 해당 업체가 제출한 서류 등이 미비해 입찰에서 제외된 것이라며 의혹을 일축했고, 중앙 놀이터 조경사업의 경우도 주민들의 주장과 사실관계가 다르다고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B씨는 부녀회 등 주민들이 문제제기를 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잘 파악해야 한다며, 이런저런 것을 다 떠나서 자신만 입대위 회장에서 물러나면 된다고 저들이 생각하고 있다고 불쾌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는 또 부녀회 운영을 투명하게 하기 위해 부녀회 재원 집행을 제안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지만 부녀회가 간섭으로 여기며 협조하지 않았다며, 여러 사업에서 영수증을 첨부하지 않는 등 오히려 부녀회가 문제라고 주장했다.

입주자대표회의나 부녀회 등 아파트 권력을 둘러싼 갈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통상 관리감독의 소홀한 점을 틈타 폐쇄된 조직에서 권력 쟁투가 벌어지는 양상인데 일반인들이 보기에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상당하다.

경찰청, 내년 2월까지 아파트 비리 집중 단속

통상 아파트 비리는 회계문제로 귀결된다. 정부가 ‘공동주택 관리비리 및 부실감리 신고센터’를 운영한 결과(2014년 12월 기준) 관리비 등 회계운영 부정이 79건(35%)으로 가장 많았고, 공사불법 계약 등 사업자 선정지침 위반 등이 73건(33%)으로 그 뒤를 이었다.

그밖에 아파트 비리에서 빠지지 않는 입주자대표회의 구성 관련 문제와 입대위 운영에 대한 문제도 30건(14%)으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하자처리 부적절 13건(6%), 정보공개 거부 9건(4%), 감리 부적절 8건(4%) 등 아파트 비리 당골 메뉴가 뒤를 이었다.

이 아파트에서 현재 갈등을 빚고 있는 당사자들은 변호사를 선임하는 등 법정다툼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경찰청은 아파트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이달 16일부터 내년 2월 23일까지 100일간 입주자 대표가 위탁관리업체 및 용역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하는 행위와 각종 공사와 계약에서 리베이트를 수수하는 행위 등을 집중 단속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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