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직장인 부의기준, 현실과 괴리 커

한국에서 부의 기준은 무엇일까? 동아시아에서 가장 자본화 돼 있는 나라 가운데 한 나라인 한국에서 부의 기준은 역시 돈이다. 돈을 기준으로 부자를 가늠하는 것은 당연한 거고 이론의 여지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자 그럼 한국에서 부자로 살려면 얼마의 돈이 필요할까? 잡코리아가 남녀직장인 729명을 대상으로 ‘얼마가 있어야 부자일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10억이 있어야 부자라고 답한 직장인이 24.1%로 나타났고, 50억이 13.4%, 100억이 21%로 나타났다.

10억 미만은 부의 범주에 들지 못했다. 5억원을 가져야 부자라고 답변한 사람이 4.1%로 나타났지만, 대부분 10억 미만 액수는 부자 축에 들지 못하는 금액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었다.

직장인들은 대부분 10억~50억 사이를 부자의 기준으로 보았다. 10억이 24.1%, 20억 11.9%, 30억 11.1%, 40억 1.5%, 50억 13.4%로, 전체 응답자 중 62%가 10억~50억 정도 있어야 부자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현실에서 직장인이 모을 수 있는 돈은 한계가 있어 보인다. ‘본인은 평생 얼마를 모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가?’라는 답변에 1억이 23.6%로 가장 많았다. 리치 직장인의 1년 연봉 밖에 안 되는 액수가 이들에게는 평생 모을 수 있는 돈의 총액인 것.

그 다음으로 2억 17.0%, 3억 13.0%, 4억 1.9%, 5억이 17.1%로 1억~5억 사이가 72.6%를 차지, 절대다수가 직장인들이 자신이 살면서 모을 수 있는 돈의 총액이 1억~5억 사이라고 답했다.

이는 직장인들이 생각하는 부자의 기준인 10억~50억의 딱 10분의 1 수준으로, 일반 샐러리맨들이 갖는 상대적 박탈감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객관적인 지표이다.

직장인들은 목표 재산을 달성하기 위해 ‘무조건 아끼고 돈을 모은다’는 답변(복수응답)이 61.2%로 가장 많았고, 41.8%는 ‘재테크를 한다’, 20.7%는 ‘복권을 자주산다’, ‘투잡 이상 여러 가지 일을 한다’는 대답도 15.2%로 나타났다.

이런 통계는 이상과 현실이 얼마나 괴리가 있는지, 그리고 실제 돈을 모으는 것은 얼마나 힘든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실례이다.

대기업, 공사・공단・교사 포함 공무원, 금융권 등 리치 직장인을 제외하곤 대부분 직장인이 연봉 2천~4천을 형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집값은 너무 높고 이제는 전세값 마저 넘사벽이다. 또 가계 경제를 힘들게 하는 또 하나의 주범 사교육.

사정이 이렇다보니 서민들은 부동산 투기에, 주식투기에, 또 한 푼이라도 싸고 좋은 물건을 사기 위해 물류 이외 내수경제에 도움 안 되는 해외직구에, 은근히 세를 넓히고 있는 네트워크마케팅에 어떻게든 돈을 벌어볼까 정신이 없다.

그러나 이렇게 알뜰하게 혹은 악착같이 돈을 모아도 목표 달성률은 높지 않다. 올해 목표치를 모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답변은 26.6%에 그쳤고, ‘조금 부족하게 모을 것 같다’는 답변은 32.1%로 나타났다. 또 아예 못 모았다고 답변도 36.2%나 됐다.

이들은 재테크에 성공하기 위해(복수응답 허용) ‘틈틈이 경제기사를 보고 정보를 취득해야 한다’(51.1%), ‘생활비・저축・경조사 등 용도에 맞게 여유자금을 운영(47.9%)’, ‘신용카드의 사용을 최소화해야 한다(47.2%)’, ‘새로운 금융상품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30.8%)’고 답했다.

그러나 이런 생활패턴은 정규직 이외 노동자들에게는 딴 나라 호사에 불과하다. 정부의 통계에 따르면 2015년 8월 기준 한국의 취업자 2614만명 가운데 임금금로자는 1931만명, 비임금근로자(법인 외 자영업자・무급가족종사가)는 682만명이다.

그리고 임금근로자 1931만명 가운데 비정규직은 627만명이다. 비정규직을 퍼센티지로 환산하면 32.5%인데 OECD 평균보다 2배 이상 높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올해 7월 발간한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에 따르면 비정규직은 정부 통계보다 훨씬 높다. 하청업체에서 정규직으로 분류되는 사내하청과 자영업자로 분류되는 특수고용노동자를 포함하면 전체 노동자 가운데 비정규직은 44.6%, 1천만명에 육박한다. 여기다 전체 자영업자 가운데 월 100만원도 못 버는 영세 자영업자가 27%나 된다.

삶에 급급한 노동자와 영세자영업자가 늘어날수록 내수경제 진작은 요원하다.

'얼마 있어야 부자일까?'(조사=잡코리아) ※기타 응답자 제외, 평균 41억
'얼마 있어야 부자일까?'(조사=잡코리아) ※기타 응답자 제외, 평균 41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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