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밑씻개 원래 이름 ‘사광이아재비’

개불알풀(左), 외래종 큰개불알풀(右)(사진=식물 전문 앱 '모야모')
개불알풀(左), 외래종 큰개불알풀(右)(사진=식물 전문 앱 '모야모')

광복절이 되면 우리말과 글에 남아 있는 일제 잔재를 따져 보는 일은 당연히 해야 할 일처럼 뉴스의 단골 메뉴가 됐다.

벤또, 기스, 다마네기, 이빠이, 쓰레빠, 난닝구처럼 잘 쓰지 않는 단어는 물론 견출지, 대출, 매점, 시말서, 엽서, 수화물, 할인, 기라성, 결혼 등 일본식 한자도 늘 지적 대상이 된다.

그러나 우리 꽃이나 풀 등 식물 이름이 일본말로 생경하게 바뀐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한국의 산과 들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사광이아재비’는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입에 담기에도 민망한 ‘며느리밑씻개’로 이름이 바뀌었다.

부르는 이름이 다른 것처럼 식물의 뜻도 전혀 다르다. 사광이아재비에서 사광이는 삵괭이 즉 산에 사는 야생 고양이라는 뜻이고, 아재비라는 말은 아저씨의 옛 말이다.

반면 일제가 이름을 붙인 며느리밑씻개는 일본말 ‘마마코노 시리누구이(継子の尻拭い)’에서 유래한다.

‘마마코’는 의붓자식이란 뜻이고 ‘시리누구이’는 뒤치다꺼리한다는 뜻으로, 굳이 우리 말로 번역하자면 ‘의붓자식 밑씻개’ 쯤 되는 천박한 말이다.

또 봄에 양지바른 들이나 길가에 많이 피어나는 ‘개불알풀’은 일본명 ‘이누노후구리(犬の陰嚢: イヌノフグリ’를 번역해서 만든 말이다.

개불알풀의 원래 우리 말은 이른 봄에 피었다가 여름이 오면 시든다고 해서 ‘봄까지꽃’ 또는 ‘봄까치풀’이라고 불렀다.

일제는 우리 풀의 학명에도 자신들의 흔적을 남겨 한반도에 자생하는 여러 식물에 일본인 이름을 넣곤 했다.

일례로 금강산에서 발견된 금강초롱꽃의 경우 한반도 초대 공사인 하나부사야 요시모토(Hanabushya)의 이름과 일본의 식물학자 나카이(Nakai) 다케노신의 이름을 따 Hanabushya Asiatic Nakai로 명명했다.

나카이는 일정 강점기 때 조선총독부에서 일하면서 1927년 총 7권의 ‘조선삼림식물편’을 펴냈고 또 자신이 발견한 수많은 한반도 자생식물에 자신의 성을 학명으로 새겨 넣었다.

광복 70주년이다. 그러나 일제의 흔적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학문 등 우리 생활 전반에 아직까지 고스란히 남아 있다.

관용도 관용 나름이다. 우리 꽃에는 우리 이름을 달아야 한다. 그리고 독립군은 3대가 헐벗고 굶주리는 것이 아니라 친일파보다 잘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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